손쉽게 재치 있는 룩을 완성하는 스타킹 브랜드 디자이너 5인
* i-D is currently restructuring its platforms. Below is the article published on i-D Korea.
타이츠는 구찌(Gucci), 미우미우(Miu Miu), 자크뮈스(Jaquemus) 등 2023년 가을-겨울 쇼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아이템 중 하나다. 컬러 스타킹을 톤온톤으로 매치하거나, 반대로 로우라이즈 하의 위아래로 자기주장 강한 보색이 드러나도록 연출한 룩이 있었고, 포인텔 니트로 로맨틱한 무드를 더하거나, 재기발랄한 프린트를 얹은 타이츠 룩이 있었다. 미니 스커트와 스틸레토 힐 사이로 타이츠가 그 기량을 충분히 뽐낼 수 있게 무대를 넓게 할애한 정석적인 룩도 빼놓을 수 없다.
런웨이 위에서 트렌드라면 아래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기 마련이다. 포스터 걸(Poster Girl), 프레잉(Praying), tytm8 등 몇 년 사이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떠오른 젊은 디자이너 브랜드는 과감한 소재와 그래픽, 패턴의 타이츠를 즐겨 선보여 왔다. 기발한 콘셉트와 편집으로 보는 재미가 점점 커지는 케이팝 패션 씬에서도 타이츠는 이제 단골 아이템이다.
위에서 짚은 것 말고도 맥시 스커트 아래로 살짝만 보이게 하거나 힐을 덮어 연출하는 등 타이츠의 스타일링은 끝없어질 수 있다. 가을, 겨울 옷장에 손쉽고 드라매틱한 재치를 더하는 데, 가격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타이츠가 그 지위를 높이는 데 기여한 다섯 브랜드의 디자이너에게 이 고마운 아이템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메종 속시(Maison Soksi)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드레아 조르지니(Andrea Giorgini)
타이츠가 패션 아이템으로서 갖는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전까지 스타킹은 맨다리를 가리는 도구로 여겨질 뿐이였다. 현대 패션에서 타이츠는 여느 패션 아이템과 같다. 창의적인 브랜드들에 뒤지지 않으려면 눈에 띄는 디자인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메종 속시는 타이츠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 무엇보다 “자기표현”을 전달하는 데 관심이 있으며, 이 클래식한 액세서리를 현대화하고 “포인트 아이템(statement piece)”으로 변신시키려 노력한다.
2019년 2월 브랜드를 시작한 이래로 패션계에서 “메종 속시가 타이츠를 쿨하게 만들었다”고들 해 왔다. 오늘날의 타이츠는 필요성 그 이상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메종 속시의 ‘웜홀(WORMHOLE)’ 시리즈는 “디자이너” 타이츠의 좋은 예로, 타이츠가 트렌드가 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타이츠의 디테일을 정하는 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타이츠를 디자인할 때 어디에서 영감을 찾나.
색상은 개성을 매력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가장 최신 시즌(시즌 5)에는 독특한 기하학 패턴의 웨어러블한 아이템을 선보였다. 이번 컬렉션은 “시크하고, 디테일 지향적이고, 비주류적이고, 웨어러블하다”고 정의할 수 있는데, 메종 속시의 DNA를 가장 쉽게 설명한다면 “미래의 비전”일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과 여행에서도 영감을 받지만 영화, 특히 1990년대 영화는 안드레아가 이번 컬렉션을 구성하는 데 좋은 시작점이 되어주었다.
어떤 아이템과 타이츠를 매치하는 것을 가장 즐기나.
메종 속시는 여성 양말, 타이츠를 완전한 패션 액세서리로 만든 최초의 브랜드다. 신발과 잘 어울리는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여 어떤 스타일로 입든지 가장 잘 어울리는 모델을 찾을 수 있다. 신발이나 가방과 마찬가지로 이제 타이츠를 선택하는 데에도 구체적이고 마땅한 이유가 따른다.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먼저 스타킹을 신고 그다음에 스타킹에 어울리는 룩을 찾게 되는 거다. 시인 장 콕토(Jean Cocteau)가 말한 것처럼 “스타킹이 없었다면 여성의 다리는 움직이는 수단일 뿐이었을 거다.” 메종 속시의 룩북은 타이츠 스타일링 아이디어를 끝없이 제시할 거다.
메종 속시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시즌 6를 만들고 있다. 200개 이상의 새로운 디자인을 출시하고 나면 웹사이트에서 500개 이상의 스타일을 만나볼 수 있게 된다. 다른 타이츠 브랜드가 그렇듯 매출의 95%가 웹사이트를 통해 나온다. 매년 온라인 트래픽이 50%씩 늘고 있고, 2025년쯤에는 주요 스타킹 브랜드의 것을 따라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레쉬(Leshij)
디렉터 & 디자이너 이수린
타이츠가 패션 아이템으로서 갖는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몸의 곡선, 실루엣을 좋아한다. 타이츠는 다리에 밀착되어, 개개인의 다리라인을 드러내 몸의 곡선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스타일링에 변화를 주기 좋은 아이템이다. 타이츠는 다른 액세서리보다 눈에 보이는 면적이 넓어서, 같은 옷을 입더라도 함께 매치하는 타이츠에 따라 전혀 다른 스타일링이 탄생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특히 프린트 타이츠는 바디페인팅을 한 것처럼 보여서 시각적으로 강렬한 효과를 준다. 무채색의 일상에 다채로움을 더해 주는 아이템이다.
타이츠는 다른 패션 아이템에 비해 구성이 간편한 편이다. 타이츠의 디테일을 정하는 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좋은 디자인은 ‘얼마나 많은 디테일이 있는가’가 아니라 ‘디자인이 디자이너의 의도에 부합하게 만들어졌는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구성이 간단한 만큼 타이츠에 ‘이미지’를 잘 담아내려 노력 중이다. 디자인할 때 레쉬의 이미지, ‘유쾌한 발람함 속의 에로티시즘’에 부합하는가를 고민한다. 이와 상충되지 않는 한 무의식 속에서 문득 떠오른 소재도 곧잘 사용한다. 타이츠를 한 장의 도화지처럼 생각하며 내 경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모든 경험이 내 안에 쌓여 단단한 무의식을 형성하기 마련인데, 그래서 일상에서 감각적인 경험을 더 많이 쌓으려 한다. 이미지만큼 타이츠의 이름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간결하면서 내 의도가 명쾌하게 드러나도록 고심해서 짓는다.
어떤 아이템과 타이츠를 매치하는 것을 가장 즐기나. 가장 좋아하는 타이츠 룩을 소개해달라.
몸에서 다리는 그 어느 곡선보다 유려하고 관능적인 선을 이룬다. 다리 라인을 돋보이게 하는 미니 스커트와 스틸레토 힐은 타이츠와 잘 어울린다. 부조화가 주는 불편함을 좋아해서, 누군가는 질색할 만한 화려한 패턴의 미디 스커트에 타이츠를 매치하거나, 캐주얼한 집업 후디나 풀오버와 함께 매치하기를 가장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날이 추워지면 레그워머나 스노우 부츠에 타이츠를 즐겨 신는다.
레쉬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레쉬를 시작한 지 햇수로 2년이 됐다. 그동안 많은 응원과 관심을 받아 너무 감사하다. 최근 일본으로 베이스를 옮겼다. 한국도 좋은 환경이 되어 주었지만, 세상으로 나아가 더 많은 것을 피부로 느끼고 부딪혀 보고 싶었다. 몇 년 동안 여러 가지 도전해 볼 계획이다. 일본에서 더 멋있고 다양한 디자인을 개발할 테지만 브랜드의 크기를 빠르게 키우는 것보다는 레쉬의 코어와 내 자신을 더 단단히 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타이츠를 사랑하는 i-D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좋아하는 언더웨어를 입으면 전투력과 자신감이 샘솟는 듯해서, 우울한 날이면 더 가장 좋아하는 언더웨어를 입곤 한다. 같은 맥락에서 타이츠에도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게 하는 힘이 있다. 타이츠는 무한하게 믹스 매치될 수 있다. 다양하고 자유롭게, 더 재밌는 룩을 시도해 보길 바란다!
안드레이 그로나우(ANDREJ GRONAU)
디렉터 & 디자이너 안드레이 그로나우
타이츠가 패션 아이템으로서 갖는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타이츠와 양말은 내게 가장 중요한 액세서리다. 수 세기 동안 이어져 온 아이템으로 색상과 길이, 소재, 스타일링에 따라 사회적인 기호의 역할을 하거나 개성을 드러낸다. 그레이 색상 골지 양말이나 타이츠를 생각해 보면 어쩐지 보수적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망사 타이츠에서는 펑크 무드가, 니삭스에서는 스포티한 무드가 엿보인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드레스 안에 언제나 질 좋은 실크 스타킹을 신었다. 그 속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사람들은 그의 스타킹 룩에 관심이 많았다. 양말과 타이츠가 비주얼의 주요 역할을 하는 서브컬처도 있다. 일본의 이모(Emo), 데코라(Decora) 컬처가 그렇다. 핑크, 블랙 색상 타이츠와 오버 니삭스는 모두가 알 거다!
타이츠를 디자인할 때 어디에서 영감을 찾나.
사실 우리는 새 컬렉션을 구성할 때 신발, 액세서리, 타이츠와 양말 디자인부터 시작한다. 2024년 봄-여름 컬렉션 ‘나이트코어(Nightcore)’도 장갑과 모자, 양말부터 만들고 나서 옷을 디자인했다. 이번 컬렉션은 마술, 민속, 게임 문화를 테마로 한다. 18세기 의복, 비디오 게임, ‘조조(JOJO)’나 ‘파이널 판타지(Final Fantasy)’ 등의 만화를 살펴봤다. “e-걸”, “e-보이”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해 그들이 어떤 옷을 입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이들에게 영감을 받아 재치 있는 컬렉션을 만들 수 있었다. 아이 같은 느낌을 주려고 나무와 박쥐, 사슴을 모티프로 새 프린트와 패턴을 만들었다.
매 시즌 컬렉션 주제에 맞는 새로운 니트 패턴과, 실, 소재를 찾으려 하는 편이다. 니트웨어는 조합에 따라 가능성이 끝없어서 더 흥미롭다. 글리터와 메탈릭 디테일은 이제 우리 브랜드의 DNA고, 3D 디자인이나 포인텔 디자인으로 패턴을 만들기도 즐긴다. 우리같이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는 데 시간과 자본을 투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브랜드는 드물며, 사람들은 이를 정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고객들도 우리의 컬러풀한 디자인이 좋다며 격려의 메시지를 종종 보내곤 하는데, 이런 피드백은 우리가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어떤 아이템과 타이츠를 매치하는 것을 가장 즐기나. 가장 좋아하는 타이츠 룩을 소개해달라.
내게 완벽한 룩은 미니 스커트에 타이츠나 오버 니삭스를 매치하는 것이다. 타이츠와 같거나 완전히 다른 색상의 부츠를 매치하는 것도 즐긴다. 특별한 타이츠와 양말을 신었다면 과시해야만 한다. 맥시 스커트와 롱 부츠 사이로 스타킹을 살짝 드러내 보이거나, 마이크로 쇼츠에 메리제인이나 뮬을 매치하는 것처럼 스타킹을 더 드라매틱하게 강조하는 룩도 좋아한다. 두 가지 다른 스타일의 스타킹을 동시에 신어 연출한 것도 본 적 있다. 양쪽 다리에 다른 오버 니삭스를 신은 룩이었다. 새로운 조합이 끝없이 펼쳐질 테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건 미니 스커트와 쿨한 부츠에 타이츠를 매치한 룩이다.
안드레이 그로나우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현재 우리 브랜드는 남성복과 여성복을 선보이고 있다. 곧 귀엽고 재치 있는 주얼리 컬렉션을 출시할 예정이다. 지금 많은 것을 말할 순 없지만 2024년 초 출시를 목표로 새로운 신발, 가방, 액세서리 라인도 준비하고 있다.
타이츠를 사랑하는 i-D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감사하다! 작년 3월 브랜드를 시작한 이래로 한국 친구들, 스타일리스트들의 따뜻한 응원을 받아 왔다. 뉴진스, 에스파, 현아, ITZY, 라이즈 등 많은 케이팝 아티스트가 우리 브랜드 옷을 입었다. 이들의 공연 영상과 사진을 보는 건 재밌고 이렇게 우리의 디자인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곧 한국에서도 우리 아이템을 만나 볼 수 있을 거다. 몇 달 후 한국을 여행할 예정이다. 혹시 우리 아이템을 입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정말 기쁠 것 같다.
코비나이(KOBINAI)
디렉터 & 디자이너 메이(MAI)
타이츠가 패션 아이템으로서 갖는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타이츠는 피부에 딱 붙는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입을 수 있고 바꿀 수 있는 타투 같다. 피부 위에 매일 다른 패턴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내면의 나, 그날의 기분을 아름답게 반영하는 도화지 같다.
타이츠의 디테일을 정하는 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디서 디자인의 영감을 얻나.
타이츠는 두 번째 피부와 같다. 코비나이 타이츠의 소재에는 입는 이에게 전하는 내 메시지가 담겨 있다. 색상, 패턴, 텍스트는 누군가의 일상의 일부가 되어 그 사람의 기분, 에너지, 강점으로 승화된다. 타이츠의 패턴이 몸에 스며들어 우리는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와 감정에 둘러싸여 하루를 보내게 된다.
우리 컬렉션 ‘마이 가든 이스 더 베스트(MY GARDEN is THE BEST)’의 ‘리본 타이츠(Ribbon Tights)’를 예로 들면, 입는 이가 자신감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 거미가 리본 실을 풀어내는 듯한 디자인에 담겨 있다. 리본과 꽃으로 채운 타이츠는 “나 자신으로 살기”를 바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며 내면의 힘과 다정함을 기르게 한다.
어떤 아이템과 타이츠를 매치하는 것을 가장 즐기나.
하의와 타이츠의 패턴을 믹스 매치하는 것을 즐긴다. 특히 다른 분위기의 패턴을 섞을 때 자신감을 느낀다. 더 당당하고 싶거나 하드코어 파티에 가고 싶은 날에는 패턴 타이츠에 블랙 색상 망사 타이츠를 겹쳐 입는다. 옷 입는 게 지루해진 날에는 타이츠를 찢어 포인트를 더한다.
코비나이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의 비전은 패션에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메시지와 예술을 조화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의 뇌를 뒤흔들 자극제가 되고싶다. 하라주쿠 매장을 잠시 닫았지만 내년에 새 매장을 열 계획이다. 한국과 다른 나라에서도 팝업을 열고 싶다.
타이츠를 사랑하는 i-D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본어 코비나이(媚びない)는 “아첨하지 않는”을 뜻한다. 우리는 이를 “내게 거짓말을 하지 말자,” “내게 진실하자”는 의미로 해석했다. 보이지 않지만 모두가 따르기를 기대되는 길이 세상에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게 된다. 개인이 조화롭게 살기를 바라는 세상에는, 자기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고립을 느끼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패션을 통해 사람들이 세상의 규범에서 벗어나 솔직하게 사는 것을 응원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관계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랑할 줄 아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가 이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00아카이브(2000Archives)
디자이너 김소현
타이츠가 패션 아이템으로서 갖는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타이츠는 40데니아, 80데니아 등 얇기나 소재를 선택할 수 있어서 계절을 타지 않는다. 옵션이 다양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비즈니스 룩을 입는 이들은 단색 스타킹을, 화려한 룩을 즐기는 이들은 니삭스나 과감한 패턴의 스타킹을 선택한다. 타이츠가 호불호가 갈리는 아이템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잘 생각해 보면 오히려 연령을 타지 않고 오랫동안 많은 여성에게 사랑받아 왔다. 스타일에 포인트를 주기도 쉬운 아이템이다.
타이츠는 다른 패션 아이템에 비해 구성이 간편한 편이다. 타이츠의 디테일을 정하는 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구성이 간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타이츠를 완성하는 데에는 옷 한 벌을 만들 때 필요한 것과 비슷한 과정이 수반된다. 컬렉션 주제가 선정되면, 컬렉션을 구성하는 옷과 어울리면서 그 주제에 맞는 색상, 패턴, 소재, 그리고 출시 시기 등을 고려해서 퀄리티 높은 디자인의 아이템을 제작하려 노력한다. 브랜드가 갖고 있는 패턴과 컬러를 이용할 수 있다는 건 2000아카이브의 강점이다. 한번 신고 마는 일회성 액세서리가 아니라,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서 누군가의 옷장에 오래 자리 잡는 타이츠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만들어 보고 싶은 타이츠 디자인이 있다면.
가을 신상품을 출시하기 전에 촬영용으로 시스루 타입의 스타킹에 두 줄 배색을 넣은 스타킹을 만들어 봤는데, 생각보다 여기저기 매치하기 쉬울 수 있겠더라. 앞으로 패턴만 찍는 것보다 부자재를 얹는 등 입체감을 더해서 디자인을 한 단계 높이고 싶다.
어떤 아이템과 타이츠를 매치하는 것을 가장 즐기나. 가장 좋아하는 타이츠 룩을 소개해달라.
가장 잘 어울리는 건 타이츠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미니나 미디 길이의 스커트겠다. 개인적으로는 앞트임이든 뒤트임이든 옆트임이든, 슬릿이 들어간 맥시 스커트에 타이츠를 매치하는 걸 정말 좋아한다. 단색의 스커트여도 걸을 때 타이츠가 조금씩 보이면 센스 있는 분위기가 완성된다.
브랜드명처럼 2000년대에서 주로 영감을 얻고 있다. Y2K 트렌드가 마침내 잦아들 때의 2000아카이브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한국의 Y2K 트렌드는 키치하고 강렬하고 일본에서 유행하는 패션에 가깝다. 2000아카이브는 Y2K보다는 빈티지하고 페미닌한 무드를 지향한다.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 같은 2000년대 컬렉션에서 영감을 얻는다. 빈티지 패션에서 쓰는 기법과 디자인은 끝없이 활용할 수 있다. 오히려 보여줄 수 있는 룩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