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Ui-DE: 크리스마스 가이드

* i-D is currently restructuring its platforms. Below is the article published on i-D Korea.

12월이다. 핼러윈 장식을 뗀 자리에 바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달지, 차분하게 몇 주 기다렸다가 파티를 시작할지 고민하게 되는 논란의 11월이 완전히 지나고, 누가 뭐래도 크리스마스 시즌인 시간이 왔다는 거다. 고구마 라떼와 두꺼운 양말, 유튜브 크리스마스 재즈 라이브 스트리밍 영상 속 버추얼 모닥불의 활약 외에, 추위에도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주고받는 마음 덕분이다. 빤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연말 선물로 고마움을 전하거나 생일 축하를 깜빡 잊은 일을 만회하기 좋은 기회다. 개성과 고집이 있는 친구들을 만족시킬 기발한 아이디어도 함께 번뜩 떠오르면 더 좋겠지만 아직 뭘 줘야 할지 모르겠어도 괜찮다. 더 늦기 전에 i-D의 크리스마스 선물 가이드를 확인하자.

왼쪽 상단부터 메종조(Maison Jo) 빠떼엉크후트(pâté en croûte), 길다란 모양의 접시 by 마린 정(Marine Jeong), 마르토 바이스(Marto weiss) 와인, 파브(fav) 크리스마스 디쉬, 캔들 & 리본 세트 by 고하 월드(Gohar World)

구글 지도 업데이트가 반가웠던 미식가

내 지도 속 핫 플레이스의 무대를 세계로 확장할 수 있어서 구글 지도를 애용하는 이들에게도, 저장 목록 아이콘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통일된 색상의 점 무더기를 마주하는 대신 즐겨 찾는 장소에 원하는 이모지를 설정할 수 있게 된 몇 달 전의 업데이트가 반가웠을 이유다. 특히 맛 따라 움직이는 부지런한 식도락가라면 한식당, 일식당, 와인 바, 카페, 베이커리 등을 종류별로 아카이빙하는 데서 희열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정체성으로 푸디(foodie)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친구들에게 맛있는 경험만한 선물이 없겠다.

미식가에는 요리까지 함께 즐기는 이와 남이 만든 음식만 즐기는 이, 두 종류가 있어서 식재료를 줬다가 유통 기한 내에 쓰이지 않아 버려질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즉시 입에 넣을 수 있는 것으로 선물하는 게 좋겠다. 이미 이 음식 저 음식으로 입 호강을 해봤을 까다로운 친구의 미각을 신선하게 자극하기를 바란다면 어쩐지 연말 테이블에 어울리는 샤퀴테리의 꽃 빠떼엉크후트(pâté en croûte)를 추천한다. 서울 식료품점계 터줏대감 메종조(Maison Jo)에서 주문할 수 있다. 샤퀴테리를 보니 와인을 선물해도 좋겠다 싶다면 일명 돌멩이 와인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마르토 바이스는 어떤가. 달콤한 향이 좋고 라벨도 적당히 감각적이다. (솔직하자, 와인 라벨은 중요하다.) 삼각지 내추럴 와인 바 파브(fav)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아예 저녁 시간을 선물해 버리는 법도 있다. 파브에서 크리스마스 쉐어 메뉴를 준비 중이다. 푸디라면 테이블웨어에도 관심 있을 확률이 높다. 얼마 전 10꼬르소꼬모(10 Corso Como)에서 팝업을 연 고하 월드(Gohar World)캔들 & 리본 세트는 레드, 리본 트렌드도 안아 패션 팬인 미식가를 웃게하기 딱이다. 혹시 해외 배송이 걱정되면 하나뿐이어서 특별한 마린 정(Marine Jeong)접시도 좋은 선택이 되어 줄 거다.

왼쪽 상단부터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 티셔츠, 사주 후에 뵙겠읍읍니다 티셔츠 by 브래드 읍읍(Breadoooo), 퍼피 케이크 by 해피 퍼피 하우스(Happy Puppy House), 카툰 티셔츠 by 초포바 로위나(Chopova Lowena), 커스텀 티셔츠 by 피피 매거진(PP magazine)

연말 파자마 파티 멤버, 드레스 코드는 어글리 티셔츠

친구들과 진짜 포근한 밤을 보내는 데 파자마 파티만한 게 없다. 크리스마스엔 어글리 스웨터라지만 마음속에서는 팔 까슬까슬한 스웨터보다는 편안한 티셔츠을 원하고 있다. 드레스 코드가 어글리 티셔츠인 파티에 취향 뚜렷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브래드 읍읍(Breadoooo) 아이템은 제격이다. 선물로 ‘뭘 사주지’, ‘뭐? 사주(!)지’에서 ‘사주 후에 뵙겠읍읍니다’가 된 어이없고 맥락 없는 말장난으로 탄생한 일명 오행 사주팔자 티셔츠는 파티 테마에 충실하다. 음악만이 유일한 마약인 친구를 위한 티셔츠도 있다. 이 파티가 아니어도 프린트 티셔츠라는 패션 아이템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티셔츠만을 위해 만들어진 매거진, 피피 매거진(PP magazine)에서 소개한 것으로 골라 선물에 티셔츠에 대한 경의를 더해보는 것도 좋겠다. 지난달 개봉한 콘서트 영화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Taylor Swift : The Eras Tour)’ 싱어롱 상영관에서 땀을 뺐을 친구에게는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 굿즈 티셔츠를 선물해 보자.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라는 말까지 만들어낸 이 역사적인 뮤지션이 아닌 다른 스타의 팬이라면 맞춤형 티셔츠를 고르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크함을 포기할 수 없어서 덜 못생기고 여전히 패션 지향적인 티셔츠를 원할 친구에게는 초포바 로위나(Chopova Lowena)는 어떨까. 마지막으로, 홈 파티에 케익이 빠질 수 없다. 해피 퍼피 하우스(Happy Puppy House)의 해피 퍼피 케익으로 귀여운 무드를 완성하자. 12월 한정으로 리본 대신 깜찍한 산타 모자를 머리에 썼다.

직업 소개에 ‘겸’만 몇 개가 붙는 아티스트

사진작가 겸 화가 겸 아트 디렉터 겸… 관심과 재주가 많아 소개가 길어지는 친구. 포스트 포에틱스(Post Poetics)이라선 같은 예술 전문 서점을 들락거리는 친구. 어느 동네에 어떤 문화 행사가 있는지 빠삭히 꿰고 있는 친구. 취향이 뾰족해서 선물 공략 난이도가 꽤나 높지만 그렇다고 비집고 들어갈 구석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모르긴 몰라도 예술 친화적인 친구는 종이 수집광일 확률이 높다. 감히 그 섬세한 취향을 예상할 수 없어 포스터나 엽서를 직접 고르긴 어려워도 프레임을 선물할 수는 있겠다. 엽서와 편지지, CD 케이스 등을 사이에 끼워 넣을 수 있는 누트세라믹(Nutceramic)독특한 아이템을 추천한다. 얼마 전 고인이 된 박서보 화백의 마지막 부산 유작전을 놓친 친구에게 전시 티켓을 선물하는 건 어떤가. 박서보를 비롯해 김환기, 유영국 등 한국 미술계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 전시가 과천 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친절한 입장료보다 더 쓸 의향이 있다면 관내 미술가게에 들러 선물을 하나 더 친구 손에 쥐어 줘 보자. 

문화계 소식을 따라가지 않고는 못 배기는 친구라면 며칠 전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가 2023 고담 어워즈 최우수작품상에 선정됐다는 걸 이미 알 거다. ‘패스트 라이브즈’의 사운드트랙 바이닐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지 못할 테다. 자신을 어린 시인이라고 부르며 다독하는 친구에게는 서서(SUH SUH)문진을 선물하자.

올 시즌 레드 스타킹은 이미 신어 봤을 잇걸

이 친구는 잇걸이다. 지난여름 7부 반바지가 교복이었고 올가을, 겨울 미니 스커트 아래 레드 스타킹은 이미 신어 본 친구다. 성수동이 제2의 고향이고 오랜만의 파리 여행에에서는 길바닥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사진을 한 번쯤 찍었을 친구다. 지난 몇 년간 줄 이어폰을 끼고 다닌 친구다.

그리고 잇걸에겐 잇백이 필요하다. 지갑이 가방 선물을 감당할 수 없다면, 같은 가방을 다르게 연출할 수 있게 하는 아기자기한 가방 꾸미기 재료로 눈을 돌리는 건 똑똑한 방법이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기분 좋은 가방 액세서리 컬렉션에 허깅고트(HUGGINGOAT)고양이 창문 헤어핀을 더해 친구를 쉽게 웃게 해보자. 가방 스트랩과 포켓에 꽂고 다니다가 지겨워지면 머리카락으로 자리를 옮기면 된다. 유행을 넘어 창의적으로 편집한 취향의 공간으로 초대하는 헤븐 바이 마크 제이콥스(Heaven by Marc Jacobs)의 화려한 네일 키트도 좋겠다. 강렬한 색상(레드)의 스타킹은 소화해 봤을 테니 발랄한 패턴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 국내외의 핫한 브랜드를 소개하는 편집샵 리리스토어(reelee store)에서 로렌 페린(Lauren Perrin)스케치 플라워 스타킹을 구매할 수 있다. 파티를 즐기는 패션 팬에게도 온당한 휴식은 필수다. 예술과 음악을 사랑하는 젊은 호텔 라이즈(RYSE)에서의 하루는 친구의 에너지 회복을 센스 있게 도와줄 거다.

왼쪽부터 벽걸이 오브제 by 쉘위댄스(shallwedance), 후드 드레스 by 울리카(ulika), 달걀 모양 립밤 by 탬버린즈(TAMBURINS), 두툼한 굽이 매력적인 신발 by 크록스(Crocs)

사시사철 블랙을 고수하는 고스족

블랙 신봉자가 무리에 꼭 한 명씩 있다. 적어도 색은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 선물을 고르려니 고마워진다. 마음 편해지는 달걀 모양의 탬버린즈(TAMBURINS) 립밤은 무난하게 합격할 선물이다. 고스족이라고 매일 어두운 에너지를 풍기는 건 아니다. 밑단과 옆면의 레이스로 사랑스러움을 더하고 후드로 미스터리 무드를 챙긴 울리카(ulika)드레스는 고스족을 위한 균형 잡힌 의복으로 딱이다. 발렌시아가(BALENCIAGA)도 사랑한 크록스(Crocs)가 쿨해질 수 있다는 건 이제 모두가 안다. 올 블랙을 즐기는 당신의 친구가 높은 플랫폼과 패널로 시크함을 더한 이 크러쉬 부츠를 받으면, 투박한 실루엣에 당황하다가도 금세 어떻게 스타일링할지 흥미로운 고민을 시작할 거다. 몸과 함께 방도 검게 물들이는 친구를 위해서는 빛과 바람에 영감받은 장식품을 만드는 쉘위댄스(shallwedance)벽걸이 오브제같이, 초자연적인 기운을 가져다줄 아이템을 눈여겨보자.

귤과 정주행할 시리즈면 겨울이 행복한 친구

이불 아래서 팔만 꺼내 놓고 귤 까먹으며 스크린 앞에 있으면 그걸로 겨울나기가 그만인 친구가 있다. 그렇다고 (안 그런 경우도 많겠지만) 이 친구가 집에서 아무렇게나 하고 있는 건 아니다. 패션, 편의, 정신을 고려하는 홈웨어는 언제나 외출을 꺼리는 친구의 환영받을 테다. 세이투셰(SAY TOUCHÉ)페르시안 러그로 스타일을 지켜주자. 고요한 럭셔리 무드가 있어 홈슈즈로 신으면 칩거생활에 우아함이 얹힐 버켄스탁(Birkenstock) x 테클라(Tekla) 로퍼도 좋겠다. 다니엘 리(Daniel Lee)의 버버리(Burberry) 체크 핫워터보틀로 전기세를 대신 걱정해 주는 건 어떤가. 블랙홀 같은 방 안에서 시간의 개념을 잊었을 것을 생각하는 시계 선물은 친구를 간편히 감동하게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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