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SS 파리 패션 위크에서 만난 사람들
* i-D is currently restructuring its platforms. Below is the article published on i-D Korea.
‘i-D가 만난 사람들’은 특별한 개성을 가진 거리의 사람들을 포착하는 i-D 코리아의 시리즈입니다.
곳곳에서 패션 위크가 이어진 지난 한 달, 대서양과 유럽 상공을 가로질러야 했던 패션인들은 1년 중 가장 바쁜 시간을 보냈다. 몇 년 사이 또 다른 패션 도시로 떠오른 코펜하겐 덕에 신경 쓸 곳이 한 군데 늘었으니 더 바빴을 테다. 가을 초입에 봄-여름 룩을 미리 보는 창의적인 여정이 파리에서 막을 내린다.
한국 브랜드들도 파리를 찾았다. 김해김(Kimhēkim)과 로우클래식(LOW CLASSIC), 잉크(EENK)의 모델들이 런웨이를 걸었고, 혜인서(HYEIN SEO)와 아모멘토(AMOMENTO)는 쇼룸을 열었다. 빅 하우스 쇼에 참석한 한국 스타들은 나열해 봐야 글만 길어질 것이다.
9월이면 특히 눈이 재밌어지는 이곳은, 쇼에 참석하려 한껏 차려입은 이들과, 그 틈에서 튀지 않으려 하지만 하릴없이 시크한 아우라를 뿜는 이들, 하루에 몇 번이고 옷을 갈아입을 일을 대비해 편하게 입은 모델들, 보는 것이 많아 멋을 더 잘 아는 사진작가들, 패션 열정을 드러내며 길에 서 있는 것이 하루 일정인 이들로 붐볐다. 파리 패션 위크, i-D가 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소개한다.
사울 라플리, 사진과 학생
@saul.rapley
파리 패션 위크에 온 이유는 무엇인가.
런던컬리지오브패션(London College of Fashion) 사진과 학생이다. 매거진 촬영을 하기로 되어있었는데 못하게 됐다. 온 김에 즐기기로 했다.
패션 위크에 오기 위해 준비하는 루틴이 있다면?
돈을 모은다. 파리는 모든 게 비싸서.
오늘 입은 룩을 소개한다면?
영국 1960년대 모더니즘에서 영감을 받은 룩이다. 프레드페리(Fred Perry). 투톤 로퍼. 올 블랙. 차분하면서도 클래식하게 입으려고 했다. 숄더백은 할머니에게 받은 거다.
이번 패션 위크에서 가장 기대했던 쇼는 무엇인가.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
파리에서 특별한 영감을 주는 곳이 있다면?
파리는 런던 같은데 런던보다 깨끗하다. 건물들도 멋지고. 개선문 근처만 아니면 어디든 좋지만, 카페 벤자민(Café Benjamin)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미미 미야케, 모델 에이전시 부커
@iaemmi
파리 패션 위크에 온 이유는 무엇인가.
모델 에이전시 투모로우 도쿄의 부커로 일한다. 모델 마리아 신도(Maria Shindo)와 함께 패션 위크를 둘러보러 왔다.
패션 위크를 준비하는 루틴이 있다면?
상사와 미팅 잘하고 모델들 잘 따라오는 것.
오늘 입은 룩을 소개한다면?
상의는 마메 코로고우치(Mame Kurogouchi), 시계는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 신발은 시몬 로샤(Simone Rocha)다. 오늘 룩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이 뷔스티에와 스커트는 느와 케이 니노미야(Noir Kei Ninomiya) 아이템이다.
이번 패션 위크에서 가장 기대했던 쇼는 무엇인가.
미우미우(Miu Miu).
안나, 모델 & 패션과 학생
카이, 모델 & 사진작가 등등
@anna_elr @gnmiakas
파리 패션 위크에 온 이유는 무엇인가.
안나: 평소에 사진 찍으러 자주 나온다. 패션 위크라서 둘러보러 쇼 앞에 와 봤다.
오늘 입은 룩을 소개한다면?
안나: 모자는 아더에러(ADERERROR)다. 쇼츠는 인터넷에서 찾은 빈티지다. 재킷은 한국에 갔을 때 샀다. 어디서 샀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이 중 가장 자랑하고 싶은 아이템은 무엇인가.
안나: 쇼츠. 르봉꾸앙(Leboncoin, 프랑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찾았다. 빈티지 아이템을 좋아해서 이용하는 사이트인데, 단어를 잘 골라서 검색해야 한다. 보통 나이 많은 분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이라.
카이는? 오늘 입은 룩을 소개한다면?
카이: 오늘 룩의 테마는 ‘관심 사절’이다. 관심 끌지 않고 사람들 틈에 스며들고 싶었다. 그래도 체인으로 포인트를 줬다. 비탈리(VITALY) 제품이다. 몇몇 하드웨어는 인도에서 온 거다.
이번 패션 위크에서 가장 기대했던 쇼가 있다면?
안나 & 카이: 다 살펴보려고는 하는데, 너무 유명한 쇼보다는 작은 쇼들에 눈이 많이 간다.
파리 패션 씬의 특별한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안나: 빅 하우스가 많으니, 그 브랜드를 진짜 이해하고 그 브랜드의 럭셔리한 옷을 입은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카이: 파리는 모든 것이다. 누군가는 다른 곳의 패션이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 패션이 태어난 곳은 여기다.
파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 있다면?
안나: 카페 시즌 파리(Season Paris). 템플가(Rue du Temple) 근처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카이: 파티산 카페(Partisan Café)도.
옌-니 레, 패션 & 컬처 에디터
@yennhifromtheblock
파리 패션 위크에 온 이유는 무엇인가.
새 기사를 위해 영감을 얻으러 왔다.
오늘 입은 룩을 소개한다면?
꼼데가르송 드레스를 입었다. 셔츠는 느와 케이 니노미야, 신발은 느와 케이 니노미야 X 레페토(Repetto) 컬래버레이션 제품이다. 다양한 실루엣, 소재를 섞어 입는 것을 즐긴다. 너무 재밌다!
이 중 가장 자랑하고 싶은 아이템은 무엇인가.
블루 셔츠. 이렇게 풍성한 튤을 본 적이 있나? 그저 훌륭하다!
이번 패션 위크에서 가장 기대했던 쇼가 있다면?
재팬 데이가 언제나 가장 기다려진다. 준야 와타나베(Junya Watanabe), 꼼데가르송, 느와 케이 니노미야 등 일본 브랜드의 쇼가 패션 위크 중 보통 토요일에 열린다.
파리 패션 씬의 특별한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국제적이라는 점. 특히 패션 위크에 더 그렇다. 오래된 친구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다양한 에너지를 얻고 나면, 더 살아있다고 느낀다.
지금 파리에서 가장 유행하는 트렌드가 뭐라고 생각하나.
리본! 런웨이에도, 거리에도, 어디에도 있다. 나도 리본에 빠져 있다.
파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 있다면?
아키 블랑제리(Aki Boulangerie). 말차 크림이 든 모찌가 정말 입에서 녹는다.
김호용, 모델
@gim_hoyng
파리 패션 위크에 온 이유는 무엇인가.
패션 위크 겸 촬영차 왔다. 사실 타이밍이 좋았다. 패션 위크 직전으로 촬영이 잡혔다. 내 돈으로 비행기 표를 끊을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파리에서 촬영 하고 밀라노 패션 위크에 갔다가 다시 파리에 쇼 서러 왔다.
오늘 입은 룩을 소개한다면?
유럽에 와서는 너무 멋 부리고 다니지 않으려고 한다. 너무 멋 부리고 다니면 괜히 소매치기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현지인처럼 보이려 하는 편이다.
오늘 만난 사람들에게 착장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아이템도 물어보고 있는데, 그런 아이템이 없을 수도 있겠다.
진짜 아끼는 옷은 유럽에 안 들고 온다. 분실 위험이 커서 소중한 걸 들고 오기 꺼려진다. 얼마 전에 아는 형만 해도 밀라노에서 파리 넘어올 때 캐리어를 잃어버렸다.
패션 위크를 준비하는 루틴이 있다면?
시즌 일정이 나오면 할 만한 브랜드를 먼저 찾아 놓고, 그중에 몇 개만 해 보겠다는 나만의 계획을 세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는 루틴은 다이어트. 영양제도 챙긴다. 해외에서 아프면 답도 없으니까.
지금까지 섰던 파리 패션 위크 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쇼가 있다면.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함께한 저번 루이 비통(Louis Vuitton) 쇼. 가슴이 너무 벅찼다. 쇼장이 멋있었고 셀럽도 가장 많이 왔다. 퍼렐이 정말 가까이 내 앞에 있었다!
이번 시즌 쇼 중에서는?
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 쇼가 기억에 남는다. 에르메스(Hermès) 쇼에도 서보고 싶다.
파리 패션 씬의 특별한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확실히 한국이랑 다르긴 하다. 다들 과하게 멋 내지 않으면서 자기만의 멋을 갖고 있다. 한국은 멋의 기준이 한가지로 정해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어떻게 보면 유행을 지나치게 따라간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내가 유럽에서 최대한 멋을 안 부리려 한다는 것도, 어쩌면 여기 사람들을 따라 하려는 거다.
파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 있다면?
오페라 근처. 한국 음식점이 많아서 좋다.
빈타 디알로, 사진작가
@binta.ollaid
패션 위크를 준비하는 루틴이 있다면?
옷장을 점검한다. 그래도 좀 차려입고 싶거든. 입을 만한 게 있나 보고 없으면 빈티지 숍에 간다.
이번 패션 위크에서 가장 기대했던 쇼는 무엇인가.
마르니(Marni) 매장에서 일하기도 해서, 마르니 쇼를 가장 기다렸다.
오늘 입은 룩을 소개한다면?
티셔츠는 뉴욕 패션 위크 때 뉴욕에서 10달러에 산 거다. 신발도 뉴욕에서 샀고, 스커트는 H&M, 볼캡은 시타디움(Citadium, 프랑스 스트리트 편집샵)에서 샀다. 이 모두가 갖고 있는 가방은 코스(COS) 거다. 엄청 커서 이것저것 들고 다니기 편하다. 이것저것 마구 넣게 되니 너무 무거워지기도 쉽지만. 보통 빈티지 아이템을 많이 입는데 오늘은 어쩌다 보니 안 입었다.
파리의 빈티지 숍을 추천해 준다면?
BIS 부티크 솔리데어(BIS Boutique Solidaire), 딩 프링(Ding Fring), 게리솔(Guerrisol).
파리 패션 씬의 특별한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다른 사람 신경 쓰지 않고 원하는 대로 입는 것. 누가 잘 안 어울린다고 말한들 그냥 입어 버린다.
Photography Momo Angela